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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나이? "무한하다" "6000년 정도" 유명 철학·과학자들 수천년간 논쟁
미국서 발견된 5만년 전 운석 분석… 우라늄양 측정해 진짜 나이 밝혔죠
미국서 발견된 5만년 전 운석 분석… 우라늄양 측정해 진짜 나이 밝혔죠
최근 우리나라 국회에서 지구의 나이를 둘러싼 때아닌 논쟁이 있었어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신앙적으로는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현대 과학계에서는 지구 나이를 45억~46억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죠. 국회는 박 후보자의 답변 등이 장관으로 부적격하다고 지적했고 결국 박 후보자는 후보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답니다.
재밌는 건 지구의 나이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수천년간 논쟁의 대상이었다는 것이에요. 과학자들은 어떻게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일까요?
◇"지구 나이는 무한"… 오랜 논쟁 불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의 나이가 무한(無限)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구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한다고 상상한 것이죠. 반면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지구의 나이가 아주 짧을 것이라고 추정했어요. 루크레티우스는 고대 그리스 트로이 전쟁(기원전 13세기 중반) 이전의 역사 기록이 거의 없는 것을 근거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 지구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답니다.
재밌는 건 지구의 나이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수천년간 논쟁의 대상이었다는 것이에요. 과학자들은 어떻게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일까요?
◇"지구 나이는 무한"… 오랜 논쟁 불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의 나이가 무한(無限)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구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한다고 상상한 것이죠. 반면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지구의 나이가 아주 짧을 것이라고 추정했어요. 루크레티우스는 고대 그리스 트로이 전쟁(기원전 13세기 중반) 이전의 역사 기록이 거의 없는 것을 근거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 지구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답니다.
- ▲ /그래픽=안병현
1650년대 북아일랜드 대주교 제임스 어셔는 성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지구가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성서에 나오는 몇 가지 사건들과 주요 인물들의 가계도·나이 등을 따져본 결과 기원전 4004년에 천지창조가 있었다는 거죠. 박 후보자가 "신앙적으로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답한 이유 역시 어셔의 주장이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종교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지구 나이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에 불을 댕긴 사람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남작(윌리엄 톰슨)입니다. 켈빈은 열역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겨 절대온도 'K'(켈빈 온도·-273도를 절대0도로 표시하는 온도 단위)에 자신의 이름이 붙었을 정도인데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켈빈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절대온도를 이용해 지구의 나이를 1억년으로 추정했어요.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전체가 펄펄 끓는 상태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온도가 됐을 거라고 가정한 뒤, 암석이 식는 속도를 구하고 현재의 온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1억년이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죠.
켈빈의 주장은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었어요. 바로 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입니다. 다윈은 생명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수억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켈빈의 주장대로 지구의 나이가 1억년이라면 그의 주장도 틀린 게 된 거죠. 다윈의 절친한 친구였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진화론을 근거로 켈빈이 틀렸다고 반박했지만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켈빈의 주장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었답니다.
◇운석·방사능으로 알아낸 지구 나이
지구 나이를 둘러싼 논쟁은 방사능의 발견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요. 1898년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 부인이 방사능 물질을 처음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죠.
방사능 물질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붕괴되고 그때마다 에너지를 내놓아요. 과학자들은 방사능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半減期)'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우라늄-238은 44억년마다 절반씩 양이 줄어들어요.
만약 어떤 광물이 처음 만들어질 때 우라늄-238이 100 정도 있었고, 지금 50 남아 있다면 이 광물 나이는 44억년인 셈이죠. 1911년 영국의 지질학자인 아서 홈스는 이런 이론에 기반해 우라늄과 납의 양을 측정, 16억 년 전 만들어진 암석을 찾았다고 발표했답니다. 우라늄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납으로 붕괴되기 때문에 태초의 우라늄양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남아있는 납의 양도 알아야 해요.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연대 측정법에는 큰 단점이 있었어요. 현실적으로 지구가 처음 생성됐을 때 만들어진 암석을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지각은 화산 활동이나 지진 등으로 계속 운동하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어떤 암석만으로는 지구의 나이를 정확하게 구할 수 없죠. 또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지각의 가장 밑바닥으로 들어가 오래된 암석을 가지고 오는 것도 아직은 불가능하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어요. 우주에는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쓰이지 않고 남은 재료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어요. 특히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이런 물질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해요.
그런데 약 5만년 전 이 소행성대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운석이 미국 중부 애리조나주 캐니언 디아블로 근방에 떨어져 아주 커다란 웅덩이를 만든 거죠. 이 운석은 떨어진 지역명을 따 '캐니언 디아블로'라고 부른답니다. 1950년대 중반 미국 시카고대학의 클레어 패터슨은 이 운석에 남아 있는 우라늄과 납의 양을 측정해 지구 나이가 약 45.5억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켈빈까지 2000년 넘게 이어진 논쟁이 일단 이렇게 종지부가 찍힌 것이죠.
지구 나이를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는 과학의 발전 과정을 배울 수 있어요. 과학은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논쟁을 하며,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결과가 나온다면 언제든 결론이 바뀔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과학과 신앙, 과학과 종교가 구분되는 지점이죠. 과학자들이 오랜 논쟁을 거쳐 알아낸 지구의 나이는 이제는 생명의 진화와 우주 탄생의 비밀을 해결해줄 중요한 열쇠로 꼽히고 있어요.
지구 나이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에 불을 댕긴 사람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남작(윌리엄 톰슨)입니다. 켈빈은 열역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겨 절대온도 'K'(켈빈 온도·-273도를 절대0도로 표시하는 온도 단위)에 자신의 이름이 붙었을 정도인데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켈빈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절대온도를 이용해 지구의 나이를 1억년으로 추정했어요.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전체가 펄펄 끓는 상태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온도가 됐을 거라고 가정한 뒤, 암석이 식는 속도를 구하고 현재의 온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1억년이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죠.
켈빈의 주장은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었어요. 바로 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입니다. 다윈은 생명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수억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켈빈의 주장대로 지구의 나이가 1억년이라면 그의 주장도 틀린 게 된 거죠. 다윈의 절친한 친구였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진화론을 근거로 켈빈이 틀렸다고 반박했지만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켈빈의 주장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었답니다.
◇운석·방사능으로 알아낸 지구 나이
지구 나이를 둘러싼 논쟁은 방사능의 발견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요. 1898년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 부인이 방사능 물질을 처음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죠.
방사능 물질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붕괴되고 그때마다 에너지를 내놓아요. 과학자들은 방사능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半減期)'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우라늄-238은 44억년마다 절반씩 양이 줄어들어요.
만약 어떤 광물이 처음 만들어질 때 우라늄-238이 100 정도 있었고, 지금 50 남아 있다면 이 광물 나이는 44억년인 셈이죠. 1911년 영국의 지질학자인 아서 홈스는 이런 이론에 기반해 우라늄과 납의 양을 측정, 16억 년 전 만들어진 암석을 찾았다고 발표했답니다. 우라늄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납으로 붕괴되기 때문에 태초의 우라늄양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남아있는 납의 양도 알아야 해요.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연대 측정법에는 큰 단점이 있었어요. 현실적으로 지구가 처음 생성됐을 때 만들어진 암석을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지각은 화산 활동이나 지진 등으로 계속 운동하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어떤 암석만으로는 지구의 나이를 정확하게 구할 수 없죠. 또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지각의 가장 밑바닥으로 들어가 오래된 암석을 가지고 오는 것도 아직은 불가능하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어요. 우주에는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쓰이지 않고 남은 재료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어요. 특히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이런 물질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해요.
그런데 약 5만년 전 이 소행성대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운석이 미국 중부 애리조나주 캐니언 디아블로 근방에 떨어져 아주 커다란 웅덩이를 만든 거죠. 이 운석은 떨어진 지역명을 따 '캐니언 디아블로'라고 부른답니다. 1950년대 중반 미국 시카고대학의 클레어 패터슨은 이 운석에 남아 있는 우라늄과 납의 양을 측정해 지구 나이가 약 45.5억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켈빈까지 2000년 넘게 이어진 논쟁이 일단 이렇게 종지부가 찍힌 것이죠.
지구 나이를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는 과학의 발전 과정을 배울 수 있어요. 과학은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논쟁을 하며,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결과가 나온다면 언제든 결론이 바뀔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과학과 신앙, 과학과 종교가 구분되는 지점이죠. 과학자들이 오랜 논쟁을 거쳐 알아낸 지구의 나이는 이제는 생명의 진화와 우주 탄생의 비밀을 해결해줄 중요한 열쇠로 꼽히고 있어요.
(조선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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