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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억볼트 벼락 맞은 비행기, '피뢰침' 덕분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0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837
내용

[재미있는 과학] 10억볼트 벼락 맞은 비행기, '피뢰침' 덕분에 무사했죠

입력 : 2017.12.0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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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뢰침의 원리]

소나기구름에서 만들어지는 '번개' 땅 위 높이 솟은 물체에 떨어지죠
과학자 프랭클린이 발명한 '피뢰침' 뾰족한 침 통해 땅으로 전류 보내요

얼마 전 제주를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날아가던 우리나라 비행기가 벼락을 맞았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탑승객이 270여 명이나 되는 큰 항공기였는데, 승객들은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답니다. 항공사 측은 착륙 후 비행기를 정비하다 몸체에서 그을음을 확인하고 뒤늦게 벼락 맞은 사실을 확인했지요.

하늘에서 치는 번개는 전압(전류가 흐르는 힘)만 최소 10억볼트(V)가 넘는 초강력 전기예요.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벼락이라고 해요. 그런데 어떻게 벼락을 맞은 비행기가 멀쩡할 수 있었던 걸까요? 바로 '피뢰침(避雷針·벼락을 피하는 바늘 모양 장치)' 덕분이랍니다.

◇'하늘이 내리는 벌'에서 '전기'로

'번쩍' 하고 번개가 치는 순간을 본 적 있을 거예요. 번개의 정체를 몰랐던 옛날 사람들은 번개를 '하늘이 내리는 벌'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번개를 다른 눈으로 바라봤어요. 프랭클린은 모든 물체가 전기를 띠고 있다고 믿었어요. 평소에도 전기에 관심이 많아 유리 막대나 호박을 천으로 문질러 마찰전기(정전기)를 만드는 실험을 했지요. 그는 '번개도 마찰전기 같은 전기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어요.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실험에 나섰죠.

벼락은 왜 떨어질까요?
/그래픽=안병현
비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던 1752년 어느 날, 프랭클린은 커다란 연을 하늘에 띄워 올렸어요. 프랭클린은 벼락이 땅 위 가장 높은 곳에 떨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연 꼭대기에 뾰족한 금속 침(針)을 꽂고, 연줄 끝에는 금속 열쇠를 매달았지요. 번개가 전기라면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예요.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프랭클린은 드디어 금속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을 발견했어요. 열쇠를 만지면 찌릿하게 전기가 통하는 현상도 느꼈지요. 번개의 정체가 '신의 형벌'이 아니라, 정전기라는 사실을 확인한 거예요. 프랭클린은 이 실험을 신문에 발표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었답니다. 다만 매우 위험한 실험이라 비슷한 시도를 하던 몇몇 과학자들이 감전돼 죽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프랭클린은 끝이 뾰족한 금속 막대기에 구리선을 연결한 '피뢰침'을 발명했어요. 뾰족한 침으로 번개를 끌어당긴 뒤 구리선을 통해 전류를 땅속으로 안전하게 흘려 보내는 원리였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벼락 맞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면 번개는 왜 땅 위 높은 곳에 떨어지는 걸까요? 이건 전기의 성질 때문이에요. 번개는 소나기구름에서 만들어져요. 구름을 이루는 수증기는 온도가 떨어지면 작은 얼음 입자로 얼어붙는데요. 이 얼음 입자들이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면서 전기를 만들어요. 유리 막대를 천으로 문지르면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때 구름 위쪽엔 양전하(+), 구름 아래쪽엔 음전하(-)가 자리 잡아요.

구름 아래쪽에 음전하가 너무 많아지면, 땅 위 양전하와 붙으려는 성질을 지녀요. 전기는 자석처럼 같은 전하(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전하끼리는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거든요. 이렇게 음전하로 가득 찬 구름이 땅 위를 지나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균형을 이루고 있던 땅 표면에 양전하가 쏠리게 돼요. 이런 땅 표면의 양전하가 구름의 음전하를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벼락이 떨어지는 거지요. 이때 나무나 건물처럼 땅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는 물체가 번개의 표적이 되는 거랍니다.

◇번개 쳐도 비행기·기차·자동차는 안전

번개가 가진 에너지는 규모가 대단해요. 한 번 번개가 칠 때 전기량은 수만 암페어(A)에 달하고, 태양 표면 온도의 5배나 되는 섭씨 약 3만도의 높은 열이 난다고 해요. 이런 거대한 에너지가 1~2초 만에 땅으로 '번쩍' 하고 떨어지기 때문에 잘못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어요. 벼락 맞은 집이나 나무는 순식간에 불타 버리고, 사람에게 떨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답니다. 다만 번개 대부분은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일어나고, 땅으로 벼락이 떨어지는 일은 10번에 한 번 정도라고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피뢰침은 대부분 건물 옥상에 설치돼 있어요. 지붕에 세운 뾰족한 막대기로 번개의 강력한 에너지를 끌어당긴 뒤, 구리·알루미늄선 등을 통해 땅 밑으로 흘려 보내지요. 그러므로 번개가 치면 야외가 아니라 건물 안에 있는 게 안전해요. 보통 피뢰침은 침 세 가닥이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양인데, 각각 다른 방향에서 생기는 번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최근에는 세 가닥보다 더 많은 침을 써서 다양한 각도에서 치는 번개를 정밀하게 잡아내고 있어요.

비행기에도 피뢰침의 일종인 '정전기 방출기'가 있어요. 비행기 몸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인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요. 전기는 오직 전기가 통하는 물체(도체) 표면에만 흐르기 때문에, 벼락이 떨어져도 전기가 비행기 몸체를 따라 흐른 뒤 비행기 양쪽 날개와 꼬리 부분에 달려 있는 길이 20~30㎝짜리 침(정전기 방출기) 수십 개를 통해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이번에 번개를 맞은 비행기가 손상되지 않은 것도 이런 원리 덕분이랍니다.

KTX 같은 기차 지붕에도 피뢰침이 설치돼 있어요. 높은 전류가 피뢰침을 통과하면 역시 기차 외벽을 따라서 흐른 뒤 바퀴→철로→땅 순으로 흘러가요. 기차 안 승객들은 안전하지요. 자동차는 따로 피뢰침이 없지만, 자동차 바퀴가 땅에 닿아 있기 때문에 벼락이 자동차 몸체를 타고 흐른 뒤 땅속으로 들어간답니다.

혹시 모를 벼락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바깥에서 우산이나 골프채 같은 뾰족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걸 피해야 해요. 또 사람 몸도 전기가 통하는 도체이기 때문에, 건물 안이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좋아요. 키 큰 나무나 전봇대는 벼락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게 좋답니다.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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