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조선 태종 때 최초의 세계지도 만들어
지도 중심에 중국이 크게 그려졌죠
아메리카 대륙은 발견 전이라 없어
1661년 박정설이 그린 '만국전도'
오대륙·적도까지 표현된 사실적 지도
이탈리아 선교사의 '직방외기' 베낀 것
25년 전 도난당한 조선시대 '만국전도(萬國全圖)' 가
얼마 전 문화재청과 경찰의 노력으로 주인에게 돌아갔어요.
만국(萬國)은 세계의 모든 나라, 전도(全圖)는 전체를 그린 지도를 뜻해요.
그러니 만국전도는 세계의 전체를 그린 지도 즉 세계지도를 말하지요.
이 지도는 1661년 박정설이 그렸는데, 국내에 남아 있는 만국전도 가운데 가장 이른시기 것으로 알려졌어요.
흔히 조선시대 '3대 만국전도' 라고 해서 '곤여만국전도' (보물 제 849호) 박정설의 '만국전도' (보물 1008호)
하백원의 '만국전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 285호)를 꼽습니다.
모두 서양식 지도를 베껴 그린 것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기에 보물과 문화재로 지정된 걸까요.
◇'세계의 중심은 중국'
우리 역사에서 세계지도를 처음으로 제작한 것은 조선 초 태종 때인 1402년에 그려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입니다.
중국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했는데요, 중국이 지도의 중심, 즉 세계의 중심에 있는것이 특징입니다.
중국과 조선은 다른 아시아 국가나 유럽·아프리카 대륙보다 커 보일정도로 과장돼 있죠.
또 서양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이라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는 지도에 빠져 있어요.
조선 초 공신 권근은 "지도를 보면 문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다" 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들이 본 지도는 대부분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있는 이런 지도들이었어요.
◇조선 17세기부터 서양 지도 받아들여
유럽에서는 15세기 후반부터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좀 더 정확한 세계지도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중국에서 1602년 나온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 는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죠.
당시 베이징에 머무르던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제작에 관여했어요.
이 지도에는 경도와 위도를 사용하였고,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도 나타나 있지요.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어느 정도 허물어지게 된 것이죠.
마침 중국 베이징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있던 조선의 이광정과 권희가 이듬해 우리나라에 가져왔어요.
이후 조선에서 여러 개의 '곤여만국전도' 가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숙정 때인 1708년 만든 병풍 모양의 '곤여만국전도' 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있어요. 곤여만국전도가 물꼬를 트면서 다른 서양 지도도 조선에 소개되기 시작합니다.
이번엔 문화재청이 25년 만에 찾아낸 '만국전도' 는 문신 박정설(1612~?)이 남긴 것인데요,
이탈리아 출신 선교사 알레니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인 '직방외기(職方外紀)' 에 실린
세계지도를 확대해 색을 입힌 겁니다. '북아미리가' (북아메리카) '홍해' '대서양' 등의 명칭과 남북회귀선 등
서양식 지도 표기법을 대부분 따르고 있어요. 땅은 붉은색 계열로 대륙별로 다르게 칠하고,
바다는 푸른색으로 칠하고 물결을 그려 넣기도 했지요.
조선 후기 실학자 하백원(1781~1844)이 그린 '만국전도' 역시 알레니의 지도를 바탕삼고 있습니다.
지도의 여백에 북극과 남극, 남북회귀선에 관한 설명, 오대륙에 관한 설명 등을 주석처럼 달아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만국전도와 곤여만국전도는 중국을 중심에 두고 한반도를 크게 묘사한 15세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와 달리
과학적이고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거든요. 당장 지도 가운데에 '중국' 이 있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태평양이 있는
만국전도는 두 지도가 세상을 보는 '기준' 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죠.
●●● '만국전도' 그린 실학자 하백원
물 끌어올리는 '자승차' 설계 ●●●
실학자 하백원은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서양의 과학기술에 영향을 받아 수학·천문학·지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승차(自升車·양수기) 와 자명종,
우리나라 지도인 동국지도 등을 발명하고 제작했습니다.
특히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오늘날의 양수기와 같은 기계 장치인 자승차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1810년에 '자승차도해(自升車圖解)' 에
자승차의 설계도와 제작 방법을 상세하게 기록했는데,
아쉽게도 실제 제작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어요.
-출처 : 조선일보(신문은 선생님)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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