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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제목

친환경 냉방·냉장 장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27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646
내용


=그래픽 : 안병현




전기 필요없는 냉장고, 물이 증발하며 열 빼앗아 '시원'



'팟인팟'은 항아리 속에 항아리 넣고

사이를 흙·물로 채운 '자연 냉장고'

전기 없는 무더운 지방서 쓰인대요


전기 필요없는 냉방장치 '에코 쿨러'

창문에 구멍 뚫어 자른 페트병 꽂아

공기가 팽창하며 열에너지 소모



무더운 여름, 에어컨만큼 시원한 게 없죠.

에어컨이 없다면 여름 나기가 힘들 거예요.

그런데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에어컨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방글라데시는 주민 70%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낡고 허름한 양철집에서 살아가죠.

그러다 보니 여름 한 낮 온도가 45도까지

치솟아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틀기 어렵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 방글라데시 사회적 기업

'그라민 인텔(Grameen Intel)' 이 '자연바람 냉방장치' 를

개발해 무료로 공급하고 있어요.

전기 없이 작동해 '에코 쿨러(Eco Cooler)' 라는 이름이

붙었죠. 2016년 여름에 처음 개발돼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의 수많은 가정에 설치됐어요.


◈페트병으로 온도 떨어뜨리는 에코 쿨러


에코 쿨러의 제작법은 간단합니다.

창문 크기의 합판에 바둑판처럼 간격을 맞춰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다음 허리 부분을 자른 페트병들을 구멍에 꽂으면 돼요.

이렇게 완성된 제품을 페트병의 입구 부분을 집 안으로

향하도록 하여 창문에 맞춰 달면 끝이에요.


이 간단한 장치 하나면 실내 온도를 최고 5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해요.

그라민 인텔의 실험 결과에서는 바깥 온도 32도, 실내 온도 30도인

환경에 에코 쿨러를 설치했더니 실내 온도가 25도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다만 에코 쿨러의 효능은 장소와 건물 구조, 창문 위치 등의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서 실내 기온이 0.2도밖에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해요.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궁금한것은

기계 장치 하나 없이 어떻게 온도를 떨어뜨리느냐는 겁니다.

에코 쿨러는 허리 잘린 페트병의 넓은 부분으로  외부 공기가 들어와요.

이 공기가 페트병의 좁은 입구(목)를 지나게 되면 기압이 올라가 압축돼요.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다시 팽창하게 되죠.

이렇게 공기가 압축됐다가 팽창하면서 열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죠.


이는 일상에서 쉽게 알 수 있어요.

우리는 뜨거운 호빵을 먹을 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입술을 좁게 오므리고 '호호' 하고 입김을 불어 식힙니다.

공기가 오므린 입의 좁은 통로를 지나 입 밖에서

팽창하면서 차가워지고, 그 결과 호빵 온도를 낮추는 거예요. 

이런 것을 '단열팽창 원리' 라고 합니다.

공기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열에너지를 소모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해요.


▣기화열 원리 이용한 자연 냉장고


전기가 없는 마을이면 당연히 냉장고도 없겠죠.

나이지리아에서는 '팟 인 팟(Pot in pot)' 이라는

'항아리 냉장고' 에 음식을 저장하고 있어요.

큰 항아리 안에 유약을 바른 작은 항아리를 넣고,

항아리 사이 틈에는 흙을 채워 넣고 물을 부어 촉촉하게 합니다.

겉모습은 엉성해 보여도 항아리 냉장고의 온도는 13~22도를 유지한다고 해요.

예전 같으면 2~3일이면 상했을 채소나 과일을 20일 가까이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아이피르라는 마을에서도 전기를 쓰지 않는 친환경 냉장고를 사용해요.

코카콜라가 항아리 냉장고 원리를 활용해 개발한 '코카콜라 바이오 쿨러' 를 제공했거든요.

위에 식물이 심겨진 화분이 있다는 차이가 있는데, 식물에 물을 주면 흡수된 물이

증발하면서 냉장고 안의 열을 뺴앗아 내부가 시원해지는 방식은 같아요.


두 냉장고 모두 '기화열의 원리' 를 이용했어요.

기화열은 액체가 기체로 바뀌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가는 자연현상이에요.

항아리 냉장고의 경우, 흙의 물이 큰 항아리 밖으로 배어 나와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의 열을 빼앗아가 내부가 차가워지는 거예요.


소독약인 알코올을 피부에 바르면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피부의 열을 뺴앗아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첨단 기술만 훌륭한 게 아니랍니다.

어쩌면 세상을 발전시키는 건 전기 없이 사용하는 냉방 장치처럼

모두가 조금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작은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기획 및 구성 : 양지호 기자

(김형자·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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