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목표의식 뚜렷한 학생, 학업 분위기 안 좋을 때 더 열심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자신도 남을 도우려고 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평소보다 난폭해집니다.
사람은 은연중에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타인과 같은
목표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처음 보는 사람, 아예 모르는 사람과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경향을 보여요.
쉽게 말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겁니다.
그런데 이 법칙이 '동기부여' 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게 적용됩니다.
뭔가를 열심히 이루겠다는 동기가 부여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과가 뛰어납니다.
그래서 갈수록 학교나 회사에서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기부여와 관련된 연구를 보면 어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무관심할 때 더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 영향을 받아 같이 무관심해져야 할 것 같은데 반대인 거죠.
폰터스 린더(Leander)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실험을 해봤어요.
대학생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문제를 풀기 전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사진을 봤어요.
A그룹은 무관심한 표정의 사람을,
B그룹은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 사진을 봤죠.
평소 공부를 잘하던 학생들은 어떤 사진을 봤건간에 문제를 열심히 풀었습니다.
반대로 학점이 낮은 학생들은 무관심한 표정 사진을 봤을 때 훨씬 낮은 점수가 나왔어요.
문제 풀이에 들인 시간도 훨씬 짧았고요.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던 학생일수록 사진, 즉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추가 실험을 통해서 더 중요한 사실이 발견됩니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지와 상관없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동기가
얼마나 강한지를 조사한 뒤, 동기부여가 많이 돼 있는 학생 그룹과 덜 되어 있는
학생 그룹으로 나눠 같은 실험을 했어요.
문제 풀이에 대한 동기가 약한 학생들은 이번에도 분위기에 좌우됐습니다.
무관심한 사진을 보면 문제를 대충 풀었고, 열심히하는 사진을 보여주자 더 집중해 문제를 풀었죠.
그런데 강한 동기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반대 경향을 보였어요.
이들은 무관심한 사진을 봤을 때 오히려 더 열심히 문제를 풀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궁리했어요. 성적도 물론 더 높았고요.
타인의 무관심함에 더 자극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후의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동기부여가 확실한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 거듭 밝혀졌습니다.
어떤 일에 뛰어들 동기가 약하고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타인의 무관심은
'아 포기해도 되겠구나' 라는 구실로 쓰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이 무관심에 자극받습니다.
같은 표정을 봐도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은 '내가 아니면 안 되겠군' 이라고 받아들인다는 거죠.
=조선일보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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