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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제목

식욕과 마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1.1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76
내용


스트레스 심하면 짠 음식, 외로우면 단 음식이 당긴대요


스트레스 수준 높을수록 짠 음식 갈망

소금이 스트레스 호르몬 줄이기 때문


도와줄 사람 없는 사회적 고립 느끼면

몸이 각성상태 유지해 혈당 빨리 소진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가 끝나고 사람들은 '아 또 다이어트에 실패했어' 라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추석·설날·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는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기 십상입니다.

곧 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이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 를 꼽을 겁니다.

그런데 '배고파서 먹는 음식' 과 '그냥 먹는 음식' 이 따로 있다는 걸 아셨나요?


그림=박다솜



◇배고프지 않아도 입맛이 당기는 '단·짠'


2018년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인 율리아라이헨베르거(Reichenberger)와 동료들은 

독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배고픔과 음식에 대한 욕구 간의 관련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주요 질문은 '지금 얼마나 배고픈가요?' 와 '지금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어느 정도인가요?' 였어요.

연구진은 하루에 5번, 아침 식사 이후부터 저녁까지 이들의 배고픔과 식욕의 관계를 살펴봤어요.


큰 틀에서 사람들은 배가 고플수록 식욕도 왕성했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점심과 저녁때 가장 배가 고팠고, 식욕도 이에 따라 높아졌어요.

식사 후에는 배고픔과 식욕이 떨어졌지요.

그래서 배고픔과 식욕 모두 점심과 저녁때 높아졌다 떨어지는 알파벳 'M' 자 형태의 패턴을 보였어요.

배고프면 음식을 더 찾는다는 아주 상식적인 결과였죠.


그렇지만 연구진의 추가 실험에서 예외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음식을 여러 범주로 나누고 지금 얼마나 배가 고픈지, 어떤 음식을 지금 얼마나 먹고 싶은지 물어본 것이죠.

음식은 짠 과자류(감자칩, 프레첼 등), 달콤한 음식(초콜릿, 쿠키, 아이스크림 등),

기름진 음식(햄버거, 피자 등), 탄수화물류(빵, 파스타 등), 야채류(토마토, 당근, 샐러드 등), 과일(사과, 딸기 등)로 분류했어요.

사람들은 짠 과자와 달콤한 음식은 늦은 시간이 될수록 배고픔과 관련 없이 더 먹고 싶어진다고 설문에 답했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 짠 음식


이 실험은 달고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허기와는 관련이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심리학자들은 특히 오후 10시 같은 한밤이 돼도 달고 짠 음식이 '당기는' 이유로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자기 통제력이 감소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합니다.

'몸에 안좋고 살찌니까 먹으면 안 돼' 하고 참는 힘이 시간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거지요.


그렇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 을 쓴 미국의 심리치료사 도린 버추는 책에서

"짠 군것질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대개 스트레스, 분노, 불안에 시달린다"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음식을 죄책감 없이 편하게 먹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건강심리학 저널' 에 따르면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짠맛에 대한 갈망이 특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소금을 섭취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의 양이 감소하는데, 이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외로운 사람이 달콤한 음료 마신다


단 음식은 '외로움' 과 연관된다는 연구가 있어요.

2014년 노르웨이 심리학자 에케베르크 헨릭센(Henriksen)과 동료는 임신 여성 약 9만명을 대상으로

외로움, 관계 만족도 등과 설탕이 포함된 달콤한 음료(탄산음료, 콜라, 주스) 섭취량의 관계를 연구했어요.

그 결과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달콤한 음료를 더 많이 마신다는 게 밝혀졌어요.

부부보다는 싱글 맘이, 친구가 많은 여성보다는 적은 여성이 달콤한 음료를 더 많이 마셨거든요.

직장 동료와 관계가 나쁜 사람이 관계가 좋은 사람보다 단 음료를 더 찾았고요.


이 결과는 참가자가 얼마나 살집이 있는지,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지,

지금 우울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신체활동량과 소득은 어떤지 등의 변수를 제거했을 때도 유효했어요.


사회적으로 고립돼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해' 라고 생각하면 몸은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합니다.

혈당 수준이 더 빨리 떨어지는데, 비상사태에 대처하려면 뇌가 활용할 당분이 필요하니 혈당을 계속 유지해줘야 합니다.

가장 쉽게 혈당을 올리는 방법은 설탕이 들어간 달콤한 음식을 먹는 것이죠.

또 달콤한 음식 역시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로울 때 짠 군것질거리와 달콤한 음료가 입에 당기는 것은 일종의 본능입니다.

그렇지만 달고 짠 음식을 지나치게 탐닉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밤늦게 이런 음식이 먹고 싶어지면, 그건 허기져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시키는 것' 이라는 걸 기억하도록 해요.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굳이 먹어서 다이어트 고민까지 하게 되면 큰일이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스트레스와 싸울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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