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30억번 뛰는 주먹 크기 근육덩어리··· 다빈치가 처음 해부했죠
<80세까지>
1분에 11만km 달하는 혈관 도는 피
심장 수축과 이완 때문에 가능하죠
포유류 몸 클수록 분당 심박수 적어
16세기 다빈치가 그린 심장 구조 중
안쪽 그물처럼 얽혀있는 '근섬유망'
모양 변형되면 심부전 위험 높대요
우리 몸에 있는 심장은 수축과 이완 운동을 반복하면서 온몸에 끊임없이 피를 보내는 '펌프' 같은 기관이에요.
평소에는 '콩닥' 거리며 뛰지만 긴장하면 '두근'거리고 달릴 때는 '쿵쾅' 대죠.
심장은 산소와 영양분을 가득 담은 혈액이 온몸을 돌 수 있도록 하는 순환계의 중심 기관이랍니다.
오늘은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심장에 대해 알아봐요.
그림=안병현
◇ 평생 30억회 뛰는 심장
심장은 보통 자기 주먹 정도 크기이고, 무게는 250~350g쯤 돼요.
보통 남성의 심장이 여성보다 무겁죠.
튼튼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므렸다 펴는 펌프 작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네 방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혈액을 받아들이는 좌우 심방 2개와 혈액을 내보내는 좌우 심실2개죠.
이때 혈액은 심장에서 심실로, 심실에서 동맥으로 흐릅니다.
그중에서도 우심실은 온몸을 돌고 온 혈액을 폐로 보내 깨끗하게 만들고,
좌심실은 깨끗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낼 수 있도록 강력히 밀어줘요.
우리 몸속 혈관의 총길이는 11만2000km나 돼요.
이는 지구를 무려 세 바퀴나 돌 수 있는 길이랍니다.
혈액은 1분에 한 바퀴씩 이 기다란 미로를 돌아서 심장으로 돌아가요.
1분당 약5L의 피가 심장을 거쳐 우리 몸을 돌아 다시 되돌아오게 되죠.
이를 위해 성인의 심장은 1분에 평균 약 70회, 하루 약 10만번 뜁니다.
80세 노인을 기준으로 평생 30억번 박동을 계속 하죠.
심방과 심실 사이, 심실과 동맥 사이엔 판막이 있어서 피가 거꾸로 흐르는 일(역류)을 막아줘요.
이처럼 심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바로 심장에서 만들어내는 전기신호에 있어요.
심장은 '동방결절' 이라 하는 곳에서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심장 근육을 자극해 수축과 이완을 하도록 합니다.
전기 자극으로 근육이 수축하면 혈액이 온몸으로 흐르게 되는 거예요.
심장은 임신 4주된 태아 때부터 뛰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포유류는 몸집이 크건 작건 평생 심박동 수가 약 10억으로 거의 비슷해요.
흥미로운 사실은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심장이 천천히 뛰고 작은 동물은 빠르게 뛴다는 거예요.
평생 심박동 수는 같은데 분당 심박동 수는 왜 차이가 나는 걸까요?
이는 동물의 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몸무게가 30g에 불과한 뒤쥐는 1분당 1000회쯤 뛰고 2년쯤 산 뒤 죽는 반면,
몸무게가 3000kg인 코끼리는 분당 30회쯤 심장이 뛰고 60년 이상 살아요.
다만 인간은 의료 기술 발전 덕분에 한 평생 뛰는 심박동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거예요.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밝힌 심장 구조
사람의 심장 구조를 해부학적으로 처음 밝혀낸 사람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입니다.
그는 사람의 심장 근육을 자세히 스케치하고 그 기능을 관찰했어요.
특히 그가 그린 심장 안쪽 벽에 눈송이처럼 이어진 '프랙털 패턴' 의 독특한 근섬유 구조가 의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프랙털은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한 전체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해요.
자연 속 리아스식 해안, 동물의 혈관, 창문에 서린 성에 등이 프랙털에 해당하죠.
다빈치는 인간의 심장 안쪽 벽에 프랙털 패턴을 형성하는 섬유주(심장을 지탱하는 결합 조직),
즉 섬유 다발이라고 하는 근섬유망이 마치 그물처럼 기하학적으로 늘어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렇게 복잡하게 뒤엉킨 근섬유망은 태아의 초기 배아 단계에서 심장에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돕는다고 다빈치는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성인 심장에 있는 근섬유망의 역할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죠.
섬유망이 태아 때의 유물에 불과한지, 아니면 그만의 고유한 역할이 있는지 밝히지 못해서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심장의 근섬유망을 자세히 조사해 그 역할을 알아냈어요.
다빈치가 주목했던 근섬유망의 프랙털 패턴이 심부전 현상(심장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밝혀낸 거예요.
◇ 근섬유망 복잡할수록 심장 잘 뛰어
연구팀은 근섬유망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이용했어요.
약 2만5000장의 심장 자기 공명 영상(MRI) 사진, 1만8000명의 심장 형태와 유전적 데이터를 AI로 분석했죠.
그 결과 심장 안쪽 벽 근섬유망의 프랙털 패턴이 복잡해질수록 심장의 펌프작용이 더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즉 근섬유망이 복잡할수록 심장의 펌프 작용이 강력해져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마다 뿜어내는 혈액량(심박출량)' 이 더 좋아진다는 거예요.
이는 심실의 미세하고 거친 표면이 혈액을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는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근섬유망의 프랙털 모양이 변하면 심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다빈치가 500년 전 스케치한 근섬유망의 프랙털 패턴에 대해 처음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번 발견이 심부전 같은 심장 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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