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1년 내내 녹지않고 얼어있는 지층
온난화로 두배 빠르게 녹고 있어요
천연두·스페인독감 등 이미 퇴치된
전염병 바이러스 다시 활동할 위험
온실가스 방출해 지구온난화 가속화
온난화·영구동토층 소실의 '악순환'
유럽이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난리입니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죠.
그런데 조금 덜 알려진, 하지만 똑같이 위험한 다른 문제가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 '영구동토층' 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지난 5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에 영구동토층이 줄어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진다는 경고가 실렸어요.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속
히말라야 정상에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 이 있듯이
극지방 땅밑에는 1년 내내 땅속 온도가 영하인 '영구동토층' 이 있어요. 두께가 80~100m에 달하죠.
영구동토층은 주로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등 북극해 주변에 많아요.
잠깐 기온이 올라가는 짧은 여름철에는 지표면이 녹아 질척거릴 때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위쪽 1~2m 정도에 불과해요.
그 아래 두꺼운 토양층은 늘 얼어붙어 있지요. 영구동토층은 면적이 2100㎢ 에 달해요.
지구 표면의 14% 정도에 해당합니다.
▣'온실가스' 저장고인 영구동토층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주변 기온이 전보다 크게 올랐어요.
빙하가 녹아 북극곰과 바다표범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과 동시에 영구동토층도 계속 녹아내리고 있어요.
문제는 이 영구동토층이 지구 온도를 올리는 '온실가스' 를 잔뜩 품고 있다는 점이에요.
영구동토층에는 얼어붙기 전에 퇴적된 동식물 사체가 많이 있어요.
지금이야 얼어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지면 부패가 시작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방출할 거예요.
영구동토층에 있는 탄소를 합치면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1조6000억t이 될거라는 추정도 있어요.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요. 온실가스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요.
그 결과 더 넓은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거예요.
▣배 이상 빨라진 영구동토층 소실
이름은 '영구' 동토층이지만 사실 영구동토층이 늘 얼어붙어 있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지구는 오랜 시간을 주기로 따뜻해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도 과학자들이 영구동토층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건 갈수록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빨라지고 있어서예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300년동안 2000억t의 온실가스가 나올 거라고 추정했어요.
1년에 6.7억t꼴이죠. 현재 인류가 내보내는 온실가스가 연간 약 300억t이니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영구동토층이 이보다 훨씬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작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두 배 가까이 빨라졌다고 했어요.
지난달 CNN은 '지구물리학연구지' 를 인용해 캐나다 극지방에서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2.5배가량 빨라졌다고 보도했어요.
게다가 영구동토층은 다른 토양층과 달리 한 번에 몇 m씩 와르르 무너져내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흙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땅 전체가 푹 꺼져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무너져내린 공간에 얼음이 녹은 물이 고여 호수가 생기는데, 그런 지형을 '열카르스트' 라고 불러요.
열카르스트의 호수는 서서히 녹는 토양층보다 메탄을 최대 400배나 배출해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스무 배 넘게 온실 효과가 센 기체죠.
최근 30년간 캐나다 허드슨만을 비롯해 수많은 지역에 열카르스트가 생겼어요.
이 추세라면 앞으로 100년 동안 최대 3800억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뿜어 나올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영구동토층의 변화를 계속 지켜보며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지요.
=기획 및 구성 :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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