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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제목

부석(浮石) 뗏목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4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767
내용

그래픽=안병현



태평양 떠다니는 1조 개의 돌··· 수중 화산폭발로 생성



마그마가 찬 해수 만나 급히 식으며

구멍 숭숭 난 가벼운 '부석' 만들었죠

빽빽이 수면 덮어 여의도 50배 면적


5년에 한번 꼴로 관찰되는 현상

떠다니던 돌은 풍화작용 거쳐 사라져



"사방을 쳐다보자 구슬부터 농구공까지 다양한 크기의 돌이

해수면부터 15cm 아래까지를 빽빽하게 뒤덮고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6시간 동안 돌무더기를 헤치고 항해했지만 (돌에 가려서) 바닷물은 구경도 못했다."


지난달 남태평양 피지에서 항해를 나선 커플이 돌무더기로 출렁이는 바다 영상을 유튜브에 찍어 올렸습니다.

돌이 바다에 가득 떠 있다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 태평양 떠다니는 '부석 뗏목'


이 커플이 본 것은 8월 초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통가 인근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부석(浮石·마그마가 갑자기 식으면서 만들어진 구멍이 많고 가벼운 돌)

무더기였습니다. 얼마나 부석이 많이 생겼는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어요.

이들은 서로 뭉쳐 뗏목 같은 모습을 하기도 하는데, 너무 커서 마치 섬같이 보일 정도입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러트' 는 1조 개가 넘는 부석이

여의도 면적의 50배(약 150km2) 가 넘는 뗏목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부석 뗏목은 '불의 고리' 라고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의 활발한

해저 화산활동에 힘입어 5년에 한 번꼴로 만들어져요.

그러고는 바다를 떠돌다가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사라지죠.


◈ 돌인데 어떻게 물 위에 뜰까?


여기서 궁금한 게 있어요.

돌이 물에 가라앉는다는 것은 상식인데 어떻게 부석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지 않고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암석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밀도가 작기 때문입니다.

깊은 바닷속 해저화산은 폭발하면서 뜨거운 마그마를 해수면 쪽으로 내뿜습니다.

심해의 차가운 물을 만난 마그마는 빠르게 식으며 굳어갑니다.

동시에 심해의 강력한 수압 때문에 마그마에 녹아 있던 가스는 팽창을 시작해요.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압력은 약해지거든요.

탄산음료 뚜껑을 열면 액체에 녹아 있던 탄산이 거품으로 변해 올라오는 현상이 마그마에서도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스는 점점 더 팽창하면서 돌로 변해가는 마그마를 '뻥' 하고 뚫고 나오는데,

부석에 있는 무수한 구멍은 이렇게 가스가 빠져나온 흔적입니다.

이런 구멍들 덕분에 부석은 물에 뜰 수 있을 정도로 밀도가 작아집니다.

옥수수 낱알은 물에 가라앉지만, 튀겨낸 뻥튀기나 팝콘은 수면에 뜨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온난화로 파괴된 산호초 회복에 도움?


현재 통가에서 만들어진 부석 뗏목들은 피지 서쪽 바다를 표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이 부석 뗏목이 뉴칼레도니아와 바누아투를 거쳐 약 7개월 뒤면

3200km 떨어진 호주 북동부 '코럴해' 에 도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코럴해에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가 있어요.

그런데 2016년부터 이 지역 산호초 45%는 '백화현상' 을 겪고 있어요.

백화현상이란 산호의 외골격이 하얗게 변색되는 현상인데, 산호가 죽어간다는 뜻입니다.

산호초가 타격을 입으면 이곳에 서식하는 수만종의 물고기, 연체동물, 말미잘, 바닷가재, 이끼벌레 같은 생물이 살 곳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석 뗏목이 산호초 회복에 도움이 줄 거라는 기대감이 커요.

부석 뗏목이 해류를 타고 수천km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부석에 다양한 바다 미생물이 달라 붙을 겁니다.

덕분에 새로운 산호나 산호와 공생관계에 있는 미생물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까지 도달해 산호초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거죠.

1990년대 초 하와이 카네오헤만 산호초가 70% 가까이 감소했을 때 부석 뗏목이 도착하면서 회복세가 시작됐다는 연구도 있어요.


다만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소속 생물학자 레베카 올브라이트 박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에 "산호초 백화현상의 본질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어요.

부석 뗏목이 효과가 있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고,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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