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Close-up]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현대차, 선두주자 급부상
현대차그룹이 지난 11일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로봇 산업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사람처럼 달리고 춤추고 공중제비까지 하는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를 개발했다.
세계 최고 로봇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현대차가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로봇 전쟁' 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주로 '미래차' 주도권을 두고 선두 다툼을 벌였지만,
물밑에선 알게 모르게 로봇 기술 확보에 힘을 쏟아왔다.
공장·물류 자동차 등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며 로봇 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이 단순 차량 제조에서 이동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모빌리티 산업' 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실장은
"로보 택시(자율주행 택시), 로보마트(배송 로봇)라는 말에서 보듯 자율주행 기술은 결국 로봇 기술" 이라며
"자동차 업계가 로봇에 관심 갖는 이유" 라고 말했다.
미래차 핵심기술과 상통
로보택시·배송로봇 등
이동 편의는 로봇기술에 달려
日 혼다는 1986년부터 연구
세계 첫 2족 보행 '아시모' 개발
도요타·포드 등 속속 뛰어들어
로봇 '덕후' 정의선 회장의 결단
기업 인수 통해 확보한 기술
물류·공장자동화에 우선 활용
◇도요타·혼다·콘티넨탈 등 선제적 로봇 투자
가장 오래전부터 로봇에 투자한 자동차 업체는 일본 혼다다.
혼다 소이치로 창업자는 일본 고전 만화 주인공인 '아톰' 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1986년 혼다 로보틱스 연구소를 세웠다.
그 결실이 2000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아시모' 다.
아시모는 사람 모양을 하고 두 발로 걸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진화를 거듭해 2011년에는 시속 9km로 달리고 춤도 추고 손으로 컵을 잡아 건네기도 했다.
혼다는 2017년에는 아시모보다 더 동작이 유연한 재난 구조용 로봇 'E2-DR' 을 공개했다.
혼다는 로봇 기술을 쓰러지지 않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7년부터 사람을 돕는 '파트너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노인·환자·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옆에서 냉장고 문을 열어 주스를 따라주는 등의 일을 하는 로봇을 개발해왔다.
2017년에는 사람이 조작 장치를 입고 움직이면 원격으로 이 동작을 따라 하는 '아바타 로봇' 인 'T-HR3' 를 공개했다.
사람이 가기 힘든 건설 현장이나 재난 지역, 우주 등에서 쓰일 수 있다.
도요타는 인공지능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각종 서비스를 책임지는 미래 도시 '우븐 시티' 를 후지산 아래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로봇 개발은 필수다.
이 밖에 포드 자동차는 '어질리티 로보틱스' 와 협력해 최대 18kg까지 물건을 들 수 있는 직립 보행 로봇 '디짓' 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독일 부품사 콘티넨탈은 지난 2019 CES에서 자율주행 셔틀에서 짐을 싣고 내려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로봇 개를 공개했다.
◇"앞으로 현대차 20%는 로보틱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사재를 들여 직접 참여했다.
240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했다.
평소 정 회장은 로봇과 우주공학 등 미래 과학 분야를 파고드는 '덕후' (일본 말 '오타쿠' 를 우리말로 바꾼 조어로,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을 뜻함) 기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도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가 50%,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이 30%, 로보틱스가 20%인 회사가 될 것"
이라고 천명했던 정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19 CES에서 '걸어 다니는 자동차' 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자동차와 로봇을 결합해보자" 는 정의선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확보한 로봇 기술을 먼저 물류 시스템과 공장 자동화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물류 로봇인 '픽(Pick)' 과 '핸들(Handle)' 을 개발했다.
'픽' 은 딥러닝을 사용한 고해상도 3차원(3D) 센싱을 통해 다양한 박스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핸들' 은 바퀴가 달려 빠르게 물건을 나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 2015년 처음 공개한 '스폿(Spot)' 은 네 다리로 걷고,
장애물을 피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로봇 개' 다.
7만달러(약 7600만원)에 누구나 구매 가능하며,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거리에서 2m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경고하는 '감독관' 으로 스폿을 활용하고 있다.
건설 현장을 감독하거나 가스·석유·전력 설비를 감시하는 데에도 투입되고 있다.
현대차는 '로봇 기술의 종합 선물 세트' 격인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인간의 관절과 거의 비슷한 움직임을 구사하는 로봇 '아틀라스' 를 갖고 있다.
사람처럼 춤추고 물구나무를 서며 공중 돌기도 한다.
인간형 로봇은 환자 간호부터 집안일, 우주 탐사까지 대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또 로봇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올해 444억달러인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2% 성장해 1772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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