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영축산 통도사 ‘무풍한송길’
통도사 입구 영축 산문에 들면 소나무 군락이 춤을 춘다. 통도사 8경 중 첫 번째라는 무풍한송(舞風寒松)길. 바람이 춤춘다는 무풍교(舞風橋)에서 역대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원 입구 선자(扇子)바위(또는 부채바위)까지 1.5km 오솔길이다.
바람은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 정상에서 시작돼 무풍한송길 옆을 오누이처럼 흘러내리는 통도천을 따라 줄곧 불어 내린다. 속세의 때를 벗겨내라는 바람인지, 속세의 잡사에 시달리는 내 마음을 닮은 바람인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려 춤추는 듯한 모습이다. 이리저리 굽고 뒤틀렸지만 푸른 자태를 지닌 채 수백 년 의연하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실감 나도록 곧고 웅장한 나무는 발견하기 어려우며, 허리를 낮추고 머리를 숙인 나무들이 고단한 시대를 살아온 삶의 자취를 그대로 담은 듯하다. 수량이 풍부하고 맑은 통도천, 영취산 자락의 숲과 바위가 춤추는 소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빚어내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의연한 소나무들
일제강점기가 끝나갈 무렵, 전국의 좋은 소나무들은 죄다 일본 사람들이 베어갔다. 통도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때 구하와 경봉 스님이 지혜를 냈다.
“어차피 베어갈 거면 통도사 저 안쪽에서부터 베어가라.”
영축산 중턱에서부터 먼저 베어가라고 한 것이다. 산문 입구 소나무는 산 위쪽의 소나무를 다 베어 가고 난 뒤에 베어가라고 한 것이다. 냇물이 산문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구(水口)의 소나무는 기운을 저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수구에 위치한 나무를 ‘수구막이’라고 한다. 수구를 막아 주는 나무. 수구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절의 기운을 막아 주는 역할이 바로 이 소나무들이기 때문이다. 옛날 절 아랫마을에서도 수구막이 소나무는 절대로 베지 못하도록 했다. 마을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통도사 산문 입구의 소나무는 이렇게 살아남았다. 무풍한송의 풍류는 큰스님의 지혜 덕에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 것이다.
선사들의 지혜로 살아남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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