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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제도 못 베어냈다, 수백년 의연한 통도사 소나무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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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41
내용

영축산 통도사 ‘무풍한송길’


무풍한송로 입구. 이 길의 끝에서 부처를 만날 수 있을지도./이신영 기자

통도사 입구 영축 산문에 들면 소나무 군락이 춤을 춘다. 통도사 8경 중 첫 번째라는 무풍한송(舞風寒松)길. 바람이 춤춘다는 무풍교(舞風橋)에서 역대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원 입구 선자(扇子)바위(또는 부채바위)까지 1.5km 오솔길이다.

바람은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 정상에서 시작돼 무풍한송길 옆을 오누이처럼 흘러내리는 통도천을 따라 줄곧 불어 내린다. 속세의 때를 벗겨내라는 바람인지, 속세의 잡사에 시달리는 내 마음을 닮은 바람인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려 춤추는 듯한 모습이다. 이리저리 굽고 뒤틀렸지만 푸른 자태를 지닌 채 수백 년 의연하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실감 나도록 곧고 웅장한 나무는 발견하기 어려우며, 허리를 낮추고 머리를 숙인 나무들이 고단한 시대를 살아온 삶의 자취를 그대로 담은 듯하다. 수량이 풍부하고 맑은 통도천, 영취산 자락의 숲과 바위가 춤추는 소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빚어내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의연한 소나무들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춤추듯 도열해 있다./이신영 기자
통도사를 찾은 객들은 맨 먼저 이 소나무들의 영접을 받는다. 사철 푸르른 솔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소나무에 실려 오는 바람과 향기와 색깔에 취해 걷는다. 속세에서 산문을 갓 지나왔을 뿐인데 다른 차원의 세계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도중에 쉬어갈 정자가 있고 의자가 있고 목마른 이를 위한 찻집도 있다. 이 길은 2018년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넓디넓은 통도사를 둘러보려면 탈것이 필요하지만 이 무풍한송길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잠시 내려 걷는 게 현명하다. 빼곡한 소나무가 태양을 가린다.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 줘서 고마울 것 같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갈 무렵, 전국의 좋은 소나무들은 죄다 일본 사람들이 베어갔다. 통도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때 구하와 경봉 스님이 지혜를 냈다.

“어차피 베어갈 거면 통도사 저 안쪽에서부터 베어가라.”

영축산 중턱에서부터 먼저 베어가라고 한 것이다. 산문 입구 소나무는 산 위쪽의 소나무를 다 베어 가고 난 뒤에 베어가라고 한 것이다. 냇물이 산문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구(水口)의 소나무는 기운을 저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수구에 위치한 나무를 ‘수구막이’라고 한다. 수구를 막아 주는 나무. 수구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절의 기운을 막아 주는 역할이 바로 이 소나무들이기 때문이다. 옛날 절 아랫마을에서도 수구막이 소나무는 절대로 베지 못하도록 했다. 마을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통도사 산문 입구의 소나무는 이렇게 살아남았다. 무풍한송의 풍류는 큰스님의 지혜 덕에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 것이다.

선사들의 지혜로 살아남은 숲

통도사가 지어지기 전 그 터에는 아홉 마리 독룡이 살고 있었다. 여덟 마리는 내쫓았는데 그중 한 마리 용은 연못에 있게 해주면 절을 지키겠다고 하여 남겨 두었다. 구룡지 전설이다./이신영 기자
통도사가 지어지기 전 그 터에는 아홉 마리 독룡이 살고 있었다. 여덟 마리는 내쫓았는데 그중 한 마리 용은 연못에 있게 해주면 절을 지키겠다고 하여 남겨 두었다. 구룡지 전설이다./이신영 기자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고 대부분의 가르침을 편 곳도 마을 근처의 숲이었다. 죽음에 이르렀을 때 다비식에 쓰인 것은 전단나무였으며 그 말씀 또한 나무에 새겨 후세에 전해졌다. 통도사의 또 다른 이름은 영축총림이다. 총림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지칭한다. 원래 뜻은 많은 승려와 속인들이 화합해 함께 배우기 위해 모인 것을 나무가 우거진 수풀에 비유한 것이다. 불교는 뼛속까지 숲의 종교다.

발췌 조선일보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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