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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스(biomass)
그래픽=안병현
폭염·폭우·가뭄 등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로 지구 생태계가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북극의 해빙(海氷·바다에 뜬 얼음)은 최근 40년 새 375만㎢나 줄었다고 해요.
매년 남한 크기의 얼음 덩어리가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도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46억 살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 '대멸종'을 겪었어요.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대멸종이에요.
이 가운데 가장 대규모 멸종 사태는 2억5200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입니다.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은 지각변동 같은 자연적 재해로 일어났어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 사태가 일어날 경우 그 원인은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은 과연 어느 정도 위치에 있기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지구의 주인은 식물"
2018년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는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의 '바이오매스'를 계산해 발표했어요.
바이오매스(biomass)는 말 그대로 생명체(bio)의 덩어리(mass)라는 뜻으로 생물량 또는 생체량이라고 불러요.
태양 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과 동물, 미생물 등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최근엔 이런 생물을 활용해서 얻는 에너지를 바이오매스라고 부르기도 해요.
생물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바이츠만과학연구소는 생물의 탄소(C)의 양을 이용했어요.
생물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인 탄소는 생물 종에 따라 일정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연구진은 생물종별로 탄소량을 계산한 기존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어요.
예를 들어, 곰팡이균의 표본 지역에서 곰팡이균이 특정 면적당 얼마나 있는지 측정한 다음 전체 곰팡이 개체수를 추정해요.
거기에 곰팡이마다 갖고 있는 평균 탄소량을 곱해 계산하는 거죠.
인간(몸무게 50kg)의 몸은 70%를 차지하는 수분을 뺀 나머지의 50%가 탄소(7.5kg)로 이뤄져 있어요.
이를 세계 인구(약 76억명 2018년 기준)에 곱해 인간 전체 탄소 중량을 구했어요.
연구 결과, 지구에 존재하는 바이오매스는 약 550Gt(기가톤, 1Gt=10억t)이에요.
이 가운데 식물은 전체 생물의 82%(4500억t)로 가장 많았어요.
2위는 단세포 박테리아로 13%(700억t)를 차지했어요.
식물과 박테리아를 빼면 나머지 생물체를 모두 합해도 5%밖에 안 됩니다.
곰팡이(2.2%·120억t), 고세균(1.3%·70억t) 등 순으로 많은데,
동물은 모두 합해도 2Gt(20억t)으로 전체 생물의 0.4%에 불과해요.
동물 중에서는 절지동물이 절반(10억t)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어류(7억t), 가축(1억t) 등입니다.
연구진의 연구에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전체 생물의 99%가 육상에 살고, 바다에 사는 생물은 1%밖에 안 된다는 점이에요.
바다가 지구 표면적의 약 70%를 덮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불균형이죠.
최근 전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는 전체 바이오매스의 0.04%(2억t)를 차지했어요.
0.01% 인간의 막대한 영향력
그렇다면 인간은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할까요?
전 세계 76억명의 인간이 지구 생물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0.01%(6000만t)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생체량이 가장 많은 식물의 8200분의 1 수준인 것이죠.
지구 전체로 보면 인간은 극히 미미한 존재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은 오래전부터 지구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답니다.
인간이 본격적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은 약 1만년 전입니다.
당시 인간은 농업 혁명을 일으켜 수렵·채집 경제에서 농업 경제로 넘어갔는데요.
그때부터 인간들이 살 곳, 먹을 것 등을 마련하느라 토지를 개간하고 나무를 베어내면서 지구상 전체 식물이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해요.
또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가축으로 키워 육식하면서 야생 포유류는 1만년 전에 비해 개체 수가 6분의 1로 줄었고, 해양 포유류는 5분의 1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현재 육지에 사는 포유류의 60%는 인간이 키우는 가축이고, 36%는 인간이에요.
야생 포유류는 4%밖에 안됩니다. 조류도 마찬가지예요.
70%가 닭이나 오리 등 인간이 키우는 가축이고, 야생 조류는 30% 수준입니다.
생명체 무게 뛰어넘은 인공물
지구상에는 바이오매스뿐아니라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콘크리트, 금속, 도로, 건물 등 각종 인공물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생체량과 인공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무거울까요?
바이츠만과학연구소는 생물체의 무게에서 수분을 뺀 나머지 무게를 계산해 인공물의 무게와 비교해 봤어요.
그 결과 인공물은 1100Gt, 생물체는 904Gt으로 계산됐어요.
연구소 측은 "1900년만 해도 인공물 무게는 생물체의 3% 수준에 불과했는데 불과 120년 만에 처음으로 생물체보다 더 무거워졌다"고 했어요.
과거 다섯 차례 대멸종을 겪은 지구가 다시 회복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1000만년이 걸렸어요.
지구 생물이 어느 순간 멸종 사태를 겪을 수 있지만 되살리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지요.
여섯 번째 대멸종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많이 써 지구를 덥히는 온실가스를 그만큼 많이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인간을 보호하는 길이겠죠?
[ '홀로세' 와 '인류세' ]
46억 살 지구는 캄브리아대부터 시작했어요.
최초 육상 생물이 출현한 고생대, 공룡 등 파충류가 번성한 중생대, 그리고 포유류가 번성한 신생대가 이어졌지요.
이를 지질(地質)시대라고 불러요.
각 지질 시대는 다시 세분되는데 지금은 약 1만년 전 시작된 신생대 4기의 마지막인 '홀로세'에 해당해요.
그런데 현재 인류가 사는 이 시대를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들이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어요.
인간 활동으로 환경이 급속히 파괴되는 플라스틱이 엄청나게 쌓이는 등 지구가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인류세'라는 별도의 지질시대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하지만 인류세를 공식 도입하기엔 다른 지질시대에 비해 기간이 너무 짧고 홀로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반대하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조선일보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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