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깨끗하다는 말인 처염상정(處染常淨). 바로 연꽃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연꽃이 연못과 같이 축축하고 흙탕물이 튀는 곳을 좋아하면서도
꽃잎에는 먼지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1~2m로 긴 줄기를 내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때문이죠.
연꽃은 인도 등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나, 고려청자와 같이 중요한 문화재에서 연꽃 문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연꽃을 이집트 원산인 수련과 헷갈리는 사람도 있어요. 구별법은 간단합니다.
연꽃은 잎과 꽃이 모두 물 위로 튀어나와 있지만, 수련은 잎과 꽃이 모두 수면에 바짝 붙어서 나오죠.
연꽃은 물 아래 진흙이나 논바닥과 같은 곳에 한번 뿌리를 내리면 옆으로 옆으로 굵게 뿌리를 뻗어내 무리를 이뤄요.
그 때문에 연꽃 련(蓮) 자도 풀 초(艸) 자와 이을 련(連) 자를 합친 글자로 '이어진 풀' 이라는 뜻을 가졌지요.
이 뿌리가 간장에 조려 반찬으로 먹는 '연근'이랍니다.
연꽃은 이른 여름 뜨거운 햇살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뺵뺵하게, 널따란 잎들이 피어나요.
그 뒤 6월 말이 되면 분홍색이나 흰색을 띠는 꽃을 활짝 피우죠.
어른 주먹보다 훨씬 큰 꽃이 무겁지도 않은지 연꽃은 하늘을 향해 꼿꼿이 꽃대를 올리고 화려한 고개를 들어올린답니다.
특히 고려시대 많이 키웠던 연꽃으로 추정되는 '아라홍련' <사진> 과 같은 연꽃은 꽃 아래쪽은 희고 꽃 끝은 붉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답니다.
연꽃이 깨끗하고 고결함의 상징이 된 것은 연잎이 물을 밀어내는 '연잎 효과' 때문일 거예요. '초발수 효과' 라고도 하죠.
이른 아침 연잎에 맺힌 이슬을 관찰해 보세요. 잎표면에 흡수되지 않고 물방울이 서로 뭉치고 돌아다니다 이내 낮은 곳으로 떨어져 버리곤 해요.
이처럼 연잎이 물에 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잎 표면의 미세돌기 때문입니다.
현미경으로 잎 표면을 자세히 보면 아주 미세한 돌기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돌기는 크기가 3~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 불과해 맨눈으로 보면 오히려 매끈한 표면을 이룬 것처럼 보인답니다.
이런 미세돌기는 연잎 표면에 물이 닿는 면적을 작게 만들려는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물이 퍼지지 않고 동글동글 맺히게 되지요.
또 미세돌기의 표면에는 일종의 코팅이 돼 있어 물을 밀어낸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연잎 효과를 이용해 방수 섬유,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우산 등을 개발했어요.
미세돌기 구조를 이용해 미세돌기를 붙여 꿀이 뭉쳐 잘 떨어지는 숟가락을 만들거나 물과 오염을 툭툭 털어낼 수 있는 옷 등을 개발했지요.
나아가 물에 닿아도 고장나지 않는 컴퓨터 메모리를 개발하기도 했답니다.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식물이야기)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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