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잡학사전

제목

석기시대 씹다 버린 '껌'으로 5700년 前 소녀 복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3.0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99
내용

잇자국 난 자작나무 樹脂에서

DNA 정보 추출해 생김새 연구

검은 피부에 흑발, 푸른 눈 가져


덴마크 코펜하겐대


5700년 전 수지에 남은 DNA 정보로 만든 석기시대 소녀의 모습.

짙은 피부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손에 씹던 자작나무 수지를 들고 있고

곁에는 평소 먹었던 청둥오리와 개암나무 열매가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공원' 에는 공룡의 피를 빨다가

송진에 갇혀 화석이 돼버린 모기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모기의 몸에 남은 공룡의 피에서 DNA를 추출해

중생대 쥐라기에 살았던 공룡을 복제해냈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났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하네스 슈뢰더 교수 연구진은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에

"5700년 전 자작나무 수지(樹脂)에 남은 DNA를 통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검은 피부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살았음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덴마크 롤랜드섬에서 진흙에 묻혀 있는 수지를 온전한 상태로 발굴했다.

진흙이 산소를 막아 지금까지 수지가 온전한 상태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잇자국으로 보아 당시 소녀가 씹다가 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석기시대 껌을 발견한 셈이다.

연구진은 수지에 묻은 DNA를 추출해 석기시대 소녀의 유전 정보 전체(게놈)를 알아냈다.

과거 인류의 유전 정보를 뼈나 치아 화석이 아닌 다른 사물을 통해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소녀는 수지가 발굴된 롤랜드섬의 이름을 따 '로라' 라는 이름을 얻었다.

DNA 분석 결과에 따르면 로라는 당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살던 사람보다

유럽 본토에 살던 수렵 채집인처럼 피부색과 머리카락이 짙고 푸른 눈을 가졌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로라는 빙하가 줄어들면서 서유럽에서 스칸디나비아로 이주해 정착한 집단의 후손이라고 추정했다.


석기시대 껌에는 소녀가 먹었던 음식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껌에서 사람 DNA 외에 청둥오리와 개암나무의 DNA도 확인했다.

당시 사람들은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사를 해결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연구진은 껌에서 미생물의 DNA도 찾아냈다.

림프샘이 붓는 선열(腺熱)이나 폐렴을 유발하는 병원균과 함께 입안에 공생하는 여러 미생물이 확인됐다.

슈뢰더 교수는 "고대의 병원균 게놈을 이런 물질에서 복원했다는 사실은 무척 흥분되는 일" 이라며

"수지에 남은 미생물을 통해 사람에 감염되는 병원균들이 어떻게 진화했고 현재 병원균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고 기대했다.

뼈나 치아 화석이 남아있지 않은 시기는 병원균들의 변화를 살펴볼 방법이 없었다.


로라는 왜 껌을 씹었을까.

석기시대인들은 자작나무 껍질에 열을 가해 수지를 얻고 석기를 만드는 접착제로 썼다.

연구진은 소녀가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수지를 부드럽게 하려고 입으로 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아니면 치통을 줄이려고 씹었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허기를 달래거나 심심풀이용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소녀의 껌은 석기시대를 생생하게 알려주는 타임캡슐이 됐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