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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북극 탐사 프로젝트, 코로나에 '발목' 잡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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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786
내용


쇄빙연구선을 해빙에 정박시켜

북극해 떠다니며 연구하려했지만

코로나로 주변 항구·공항 폐쇄

인력 교대 위해 연구 멈추고 운항


대기 관측기구·무인 잠수정 못 써

해빙기 생태계 변화 연구 물거품



10m 두께의 얼음도 부딪쳐 깨부술 수 있는 최첨단 쇄빙연구선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발목이 잡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연구를 위해 북극에 정박해 있던 연구선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뜨게 된 것이다.

쇄빙연구선은 원래 1년 넘게 무동력으로 표류하면서 북극을 연구할 계획이었는데

주변 항구와 공항이 코로나 사태로 폐쇄되면서 직접 교대 연구원들을 데리러 엔진을 다시 가동했다.

과학계는 사상 최대의 북극 탐사 프로젝트가 코로나 사태로 차질을 빚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국 900여명 참여하는 연구 차질


독일의 쇄빙연구선 폴라르슈테른(Polarstern)호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스스로 채웠던 족쇄를 풀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24일 "북극점 근처에 있던 폴라르슈테른호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로 이동해 3주간 과학 연구가 사실상 중단된다"고 전했다.


폴라르슈테른호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 모자익(MOSAiC·Multidisci-plinary drifting Observatory for the Study of Arctic Climate)의 핵심이다.

모자익은 '북극 기상 연구를 위한 다학제 부동(浮動) 관측소' 란 뜻의 영어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말 그대로 폴라르슈테른호를 작년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3개월 동안 북극 해빙(海氷·바다 얼음)에 정박시키고 무동력으로 표류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문제는 지난 4월초 북극 주변 국가들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다.

북극 인근 공항과 항구가 모두 폐쇄되자 교대 연구 인력이 폴라르슈테른으로 갈 길이 막혔다.

결국 폴라르슈테른이 직접 스발바르제도까지 가서 다른 쇄빙연구선 두 척과 만나 교대 인력을 태우기로 했다.

쇄빙연구선이 다시 원래 정박지로 돌아가면 약 3주간 자리를 비우게 된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解氷期 북극 관측할 기회 놓쳐


모자익은 전 세계 20국 900여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며 총연구비가 19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북극 연구 프로젝트이다.

한국은 아리랑 2·3·5호 위성을 활용해 인공위성 원격 탐사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폴라르슈테른호는 13개월동안 북극점을 포함해 북극해 약 2500km 거리를 표류하면서 북극의 환경 변화를 종합 관측할 계획이었다.


배가 바다를 다니는 게 정상이지만 폴라르슈테른은 움직이면 연구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폴라르슈테른이 자리를 뜨면 1주일에 두 번씩 바닷속으로 보내던 무인 잠수정을 운용할 수 없다.

대기를 관측하던 기구(氣球)도 내려야 한다.

과학자들이 주변 해빙에서 얼음과 눈을 채집하는 일도 중단된다.

더구나 폴라르슈테른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하필 해마다 북극의 해빙이 녹는 봄이다.

해빙이 녹으면 어두운 바다가 노출되면서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한다.

이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 얼음이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한자리에서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꿈이었는데 코로나가 망쳐버렸다.


봄에 얼음이 녹는 시기는 생물 연구에도 중요하다.

햇빛이 바닷물로 더 많이 들어가면서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생물들이 번성한다.

이들은 북극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본이 된다.

이전까지 북극의 한가운데에서 북극 생태계가 깨어나는 과정을 연구한 적이 없다.

이 역시 코로나로 물거품이 됐다.

모자익 공동대표인 미국 콜로라도대의 매슈 서피 교수는 "모든 제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실망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위 바이러스 배양접시 될 우려도


더 큰 문제는 코로나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폴라르슈테른호에 합류하려던 한 과학자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같은 항공팀원 20명이 모두 발이 묶인 바 있다.

만약 폴라르슈테른호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배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앞서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그랬다.

NHK방송에 따르면 당시 이 배에는 승객·승무원 3711명이 있었는데 그중 코로나 확진자 712명이 나왔다.

쇄빙연구선도 자칫 바다에 뜬 거대한 바이러스 배양접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즈선의 악몽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교대 인력 100여명은 이달 초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브레머하펜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2주간 격리 상태에서 훈련에 들어갔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두 척의 쇄빙연구선에 탑승해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로 가서 북극을 떠나온 폴라르슈테른호에 옮겨탈 예정이다.



-조선경제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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